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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품격

서울, 강릉, 진주, 제주 찍고~ 향기 따라 떠난 전국 커피로드

지금 마시는 그 커피 오늘 몇 잔째이신가요? 커피 취향은 뜨아’ ‘아라중 어느 쪽?

한 집 걸러 한 집이 커피전문점인 것만 보더라도 한국 사람들의 커피사랑은 참 유별나지요. 얼마 전 뉴스를 보니까 지난해 한국인이 마신 커피는 무려 2505000만 잔이라는군요. 국민 한 사람당 1년에 500잔 마신 셈이네요(물론 절반 이상이 믹스커피라는 게 함정이지만^^). 이 어마무시한 수치에 주바리도 730잔쯤은 거들지 않았을까요? ㅋㅋ

그런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알고 즐기는 이는 얼마나 될까요? 이젠 별다방 콩다방에서 좀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리바리 양세바리가 아니라 이 주바리스타(나, 바리스타 자격증 있는 뇨자ㅋㅋㅋ)가 그동안 여행하면서 들렀던 전국 각 지역 최고의 커피 맛집을 추천해드립지요.

 

서울-커피리브레

 

저 가면쓴 로고 어째 낯익지 않으심? 금세 알아채셨다면, 주바리 팬 인증^^ 블로그 문패에 걸린 커피 사진에 있죠.

언젠가부터 핫 플레이스가 된 연남동 동진시장에 위치한 커피리브레입니다. 잭 블랙 주연의 ‘나쵸 리브레’라는 영화가 있는 데 아마도 거기서 모티프를 따오지 않았나 추정되는...

주바리는 아직 이 집보다 맛있는 커피를 맛본 적이 없답니다. 물론 산미를 유독 좋아하는 저의 ‘개취’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인 최초의 큐그레이더(원두 감별사)’ 서필훈 대표가 세계 곳곳에서 직접 골라온 스페셜티 원두를 착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죠.

간판은 따로 없고 아까 그 나무로 세워둔 작은 로고판이 전부.

엇, 그런데 찍어온 사진을 보다보니 천장에 곰팡이 맞나요?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맞다면 개선이 필요한 부분... 아무래도 오래 방치된 동진시장의 환경 탓이긴 하겠지만요.

매장 내부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매우 열악하고 협소합니다. 근처에서 식사를 한 후(툭툭누들타이나 소이연남, 이품만두 등등^^) 테이크아웃 해가는 손님이 대부분. 

매장은 열악해도 머신만큼은 이탈리아 명품 라마르조코.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진리죠.

에스프레소가 아닙니다... 아메리카노인데도 살아있는 크레마... 감동

커피맛이 좋으면 라떼도 맛있을 확률 99.45%. 커피의 향이 살아있으면서 우유의 부드러움이 그 맛을 거들 땐 엄지 척!

매장 한쪽 켠엔 로스팅한 원두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질 좋은 싱글 오리진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착한 편.

이렇게 드립백도 판매되고 있어요. 이건 티백 7개 1만원, 좀 비싸서 손이 쉽게 가지는 않더라는... 하지만 일회용 드립백치고는 훌륭한 맛임에는 틀림 없었지요.

 

요긴 현재는 사라진 이태원 매장의 모습입니다. 이태원 나들이 할 때마다 방문했었는데 아쉽아쉽... 대신 명동과 영등포, 반포에 새로운 매장이 생겼으니 다행.

이 집의 특징은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떼, 싱글 오리진이 모두 4000원으로 가격이 동일하다는 점. 순수하게 커피 맛으로만 승부 보고 싶다는 철학이 느껴져서 좋네요. 최근엔 더치커피와 핫/아이스 초콜릿이 추가됐다는 소식.

테이크아웃 잔의 패키지도 종종 변하네요...개인적으론 첫번째 것이 맘에 드는데...

 

원두를 구입하면 커피 한 잔이 서비스라는 건 꿀팁이니 잊지 마시고요.

 

벌써 기온이 마구마구 올라가고 있죠?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당기지 않으세요? 전 아이스 음료를 즐기진 않지만 아주 더울 때만 가끔 마시는데요, 왜냐면 커피는 향기음료이기 때문에 따뜻하게 먹을 때 그 맛과 향이 극대화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맛있는 커피집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맛있더라고요^^. 근처에 커피리브레 매장이 있다면 꼭 방문해보시길 강추합니다~

 

강릉-테라로사

 

테라로사는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만든 양대 산맥 중 한 곳이죠. 다른 한 곳은 한국 1세대 바리스타인 박이추 선생의 보헤미안’이란 곳인, 물론 개취겠지만 주바리는 그 집의 강한 로스팅과 묵직한 바디감보다는 밸런스가 좋은 테라로사의 커피가 훨씬 더 좋더라고요.

테라로사 본점은 강릉 해변서 좀 떨어진 한적한 구정면에 위치해 있어요. 하지만 바다향기와 어우러진 커피향을 느끼고 싶다면 사천점을 방문하길 권합니다.

높은 천장과 통창이 달린 매장이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이집 아메리카노는 알싸한 민트향과 묵직한 우디(Woody: 커피 향미를 묘사하는 말 중 하나라고 이해하시면 됌)향이 매력적입니다. 시나몬을 뿌리지 않은 카푸치노도 부드러운 우유거품과 풍부한 커피향이 일품. 다른 카페에 비해 라떼 아트도 수준급이심....

이 곳 커피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강배전(이탈리안 로스팅) 하지 않은 것 같아요. 무거운 느낌보다는 프레쉬 하면서도 풍부한 향미가 느껴져서 제 취향에 딱 입니다요. 연남동 커피리브레 다음으로 이 곳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죠.

2층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강릉 사천 테라로사는 바다를 품고 있어서 분위기 좋고, 커피맛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아름다운 공간이었습니다.

강릉까지 커피여행이 곤란하다면 서울 광화문, 여의도, 삼성동, 예술의 전당 등에 매장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진주-이동우커피

 

이동우커피는 진주여행 중에 유일하게 만난 블루리본(레스토랑 가이드북)’ 카페였어요. 물론 로스터리 샵이고요.

해마다 받고있는 블루리본 마크.

 

‘이동우커피’는 인테리어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바로 앞 공원의 푸르름이 지친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더군요. 국내산 우유100%로 만든 생크림과 초코파우더가 예쁘게 뿌려진 카페모카가 이 집 대표메뉴라는데, 단 걸 좋아라 하지 않아 맛보진 못했습니다.

 

혹시 저 분이 이동우씨일까요? 주바리는 샤이걸이라 물어보지는 못했답니다.

크레마가 아직 커피를 덮고있는 아메리카노.

 

이건 싱글 오리진 커피(단일산지 단일 품종의 원두를 사용한 커피). 산미가 좋은 편인 에티오피아산으로 골라봤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싱글 오리진 드립커피를 시키면 원두 산지는 물론 농장주·가공방식·향미 등이 적힌 메모를 함께 서빙해 주더라고요. 뭐든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법이죠. 세심한 배려에 감사.

특이하게 우유를 먼저 붓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끼얹은 아이스라떼.

이날의 피처링은 치즈케잌.

커피 맛이 썩 괜찮았습니다. 그렇다고 테라로사나 커피리브레 급은 아니고....

 

맘충님들 숙지하시고요(아, 물론 대부분의 엄마들은 제외니까 오해마시길)

 

이동우커피는 강릉이나 제주처럼 커피투어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진주에 사신다거나 여행 중에 진주냉면 먹고 나서 들러볼 만하더라고요^^.

 

 

제주-앤트러사이트

서울 합정동에 오픈해 유명세를 떨치다가 제주에 매장을 낸 앤트러사이트는 폐공장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독특한 공간을 자랑합니다. 특히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진 한림읍 매장은 분위기 끝판왕. 도시의 카페와는 사뭇 다르게 자연친화적이고 여백이 느껴지는 내부는 커피 맛까지 여유롭게 만들어주더군요.

처음에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와서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는 멘트를 들었을 땐 사실 무척 의아했더랬지요. 이 곳의 컨셉을 알지 못한 채로 왔기 때문에 이게 카페 맞아?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옛 공장에서 쓰던 설비들을 치우지 않고 인테리어로 활용한 점이 너무 센스있고 독특했습니다. 카페인지 자연사박물관인지 헷갈릴 정도....

천장의 일부가 반투명 재질로 돼있어서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또 맑으면 맑은대로

시간이 멈춘듯한 힐링 공간이 돼주더라는...

 

게다가 제주 앤트러사이트는 흔한 카페들처럼 음악을 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조용한 분위기가 제주의 공기와 어우러지면서 머리 속이 맑아지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이 곳에서 사용 중인 에스프레소 머신은 역시 라 마르조코. 맛이 좋기로 이름난 카페 중 십중 팔구는 이 회사 제품을 쓰더라고요.

뭘 보라고 찍은 건지 메뉴판이 잘 보이질 않네요^^ 쏴리~

아메리카노 2잔과 리떼 한 잔 그리고 이 향기로운 순간을 거들 스콘. 라떼잔도 한림의 바닷빛이 물든 듯 하고...

밸런스가 잘 잘힌 커피맛 굿~ 라떼도 수준급이네요... 여백이 많은 매장 분위기와는 달리 커피맛은 꽉꽉 차있었습니다.

제주의 현무암이 핸드드립을 하는 작업대로 쓰이고 있는 점도 매우 아름다워 보이죠?

제주 앤트러사이트는 어느 방향을 카메라를 들이대도 인생샷이 되는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끝으로 커피를 좀 더 맛있게 즐기는 작은 팁 하나 알려드릴게요. 보통 커피숍에서 나오는 커피는 과도하게 뜨거울 경우가 많은데요, 너무 뜨거운 커피는 니 맛도 내 맛도 느낄 수가 없답니다. 95도 이상의 물로 커피를 내릴 경우 안좋은 맛이 추출되기도 하고요. 뜨거운 커피를 조금 식힌 다음 다시 음미해보세요. 커피가 가장 맛있는 온도는 60~70도 사이랍니다. 훨씬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잘 보셨으면 공감 하트 하나 꾸욱 해주고 가실게요~